현실과 이상의 경계 사이에서 고뇌하는 무기력한 인간의 비애
인간심리에 대한 탁월한 관찰과 묘사가 돋보이는 천재작가 이상의 걸작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내와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달콤해야 할 연애는 아이러니한 비극과 고뇌 속에서 인간을 소멸시키는 이유가 된다.
아내가 사는 방 이층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오직 그곳에서 밥을 먹고 시를 쓰고 연구를 한다. 아내는 밤이면 곱게 차려입고 손님을 맞는다. 주인공은 아내의 직업인지, 왜 아내가 손님에게 돈을 받고 또 그 돈을 자신에게 주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그 질문을 파고들기엔 그는 너무 무기력하다. 인간사회에 적응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복잡한 현실이 늘 낯설고 부대낀다.
우연히 아내와 손님의 관계를 알게 된 그는 깊은 절망에 빠져들고, 아내가 감기에 걸린 자신에게 준 약이 아스피린이 아닌 수면제임을 알게 되면서 심한 정신분열을 겪게 된다. 주머니에 남아있던 돈을 모두 아내에게 건네고 경성역 미쓰코시 빌딩 옥상으로 올라간 주인공. 아내에게 돌아갈까 잠시 망설이다, 결국 이상의 날개를 펴고 뛰어내린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스마트한 고전 읽기
<20분 고전읽기> 시리즈는…
-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 청소년들을 위해 고전문학의 핵심가치와 스토리, 철학은 살리되, 중요도가 낮은 서술적 은유적 표현은 최대한 배제해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신개념 고전읽기를 제시한다.
-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이동시간을 고려해 20분에 독파할 수 있는 분량으로 정리하였으며, 단편 기준 A4 10매, 중편 12~13매, 장편 15매 내외 분량으로 압축요약했다.
이상(李箱, 1910~1937)
서울 태생. 본명 김해경(金海卿). 자의식문학의 선구자이자 초현실주의적 시인.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해 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技手)로 근무, 조선건축회지의 표지도안 현상 모집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후 조선미술전람회에 서양화 〈자화상〉을 출품해 입선했고, 1932년에는 <건축무한6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처음 ‘이상’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1933년 각혈로 기수 직을 버리고 황해도 온천에 요양을 갔다가 기생 금홍을 알게 된 후, 서울로 함께 돌아와 종로에서 다방 ‘제비’를 차려 경영했다. 하지만 경영이 순탄치 않아 곧 문을 닫았다. 이 무렵 이태준, 박태원, 김기림 등과 교우가 시작되었고, 1934년에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했다.
1936년 친구의 여동생인 변동림과 결혼했으나, 생활은 비참했고 몸은 극도로 쇠약해져 갔다. 이듬해 도쿄 거리를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며 배회하다가 사상불온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로 인하여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천재작가 이상의 대표작이자 우리나라 최초 심리소설로 꼽히는 <날개>는 기생 금홍과의 동거생활을 모티브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