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사랑한 러브 로맨스의 대표작
감수성 예민한 청년과 정열적인 연상녀의 갈등과 사랑
이반 투르게네프의 문명이 높아진 것은 <사냥꾼의 수기>를 부분적으로 발표해 가던 1847년(29세) 이후의 일이다. 그는 그 후로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조국과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번갈아하는 한편, 본격적인 창작 의욕을 불태웠다. 여기에 수록한 <첫사랑>은 러브 로맨스의 대표적 단편이다.
<첫사랑>은 작자의 양친을 모델로 해 자전적인 색채가 농후하다. 그의 부친은 미남으로 무기력한 기병 장교였으며 모친은 여섯 살이나 위인 정력적이고 교만한 여자였다. 부친이 연상인 여자와 결혼한 동기는 그 재산을 탐낸 데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 부부 사이는 결코 원만치 못해 애정의 갈등이 자주 일어났는데, 그것이 남달리 감수성이 예민한 아들 투르게네프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투르게네프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유일한 소설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내 생활 그 자체이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1860년의 작품으로 작자의 경쾌한 필치에 시정이 넘치도록 담겨 있으며, 여주인공 지나이다는 투르게네프가 묘사한 가장 완벽한 여인상으로, 남자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생기가 있다. 그녀는 야심만만한 뭇 남성 숭배자들 사이에서 끝까지 여왕과 같은 자세를 지켜 나가지만, 일단 소년의 부친 앞에서는 한낱 여성으로 전락한다. 여심의 깊고 가려운 데를 파헤친 쾌작이라고 하겠다.
이반 투르게네프
(Ivan Sergeevich Turgenev 1818~1883)
러시아 작가. 1818년 11월 9일, 러시아의 오룔르 현 부유한 귀족의 가문에서 3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여 어릴 적부터 외국인 교사들에게서 영어, 불어, 독어, 라틴어를 배웠다.
1833년에 모스크바 대학 문학부에 진학, 다음해에 페테르스부르크 대학 철학부 언어학과에 편입하여 그 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1838년 베를린 대학에 유학하여 41년에 귀국했다. 1842년에는 대학교수가 될 셈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그러나 그의 전공인 철학 강좌를 당국에서 위험 사상의 온상이라 하여 폐지했으므로 투르게네프는 전부터 좋아했던 문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농노해방 전야를 배경으로 혁명적인 청년들을 그린 <그 전날 밤>(1860), 부자(父子) 2대의 사상적 대립을 묘사한 <아버지와 아들>(1862), 망명 혁명가들의 퇴폐를 고발한 <연기>(1867), 조국 러시아와 러시아어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산문시(散文詩)>(1882) 등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