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러시아 문학을 꽃 피운 러시아 제1의 문장가
자연과 여성심리를 가장 섬세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하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은 기라성 같은 세계적인 문호들을 배출시켰다. 푸시킨, 고골,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체호프 등은 찬란한 러시아 문학의 꽃을 피웠고 미지의 러시아 문학을 단번에 세계문학의 정상으로 이끌어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대문호들 중에서도 언어라는 장벽을 깨뜨리고 러시아 문학을 서구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은 이반 투르게네프였다. 푸시킨, 고골을 계승하고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보다 앞질러 문단에 데뷔했던 투르게네프는 러시아 작가 중에서도 가장 세련된 서구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연 묘사와 여성 심리의 묘사에서는 투르게네프를 따를 작가가 없다고들 말한다. 그를 가리켜 ‘여성 심리의 명수’ 혹은 ‘러시아 제일의 문장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파우스트>는 1856년 <아샤>보다 2년 전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 형식의 완성, 인생관조의 치밀, 심각한 성격해부 등으로 해서 그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형성하는 주옥편이다.
투르게네프는 이 작품에서 괴테의 <파우스트>의 모티브를 다른 환경 속에 새로이 살려 보려고 시도해 본 것 같다. 투르게네프는 여기서도 역시 독특하고 신비로운 성격을 지닌 여주인공 베라를 등장시키고 있다. 그녀는 할머니부터 정열적인 이탈리아의 피를 물려받고, 할아버지한테서는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심적 경향을 계승받은 이상형의 여성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인위적인 교육 밑에서 외계와 분리된 채 성장해서 남의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27세까지 한 편의 시도, 한 권의 소설도 읽은 적이 없었다. 모순된 교육은 비극의 원인이 되는 법! 그녀는 <파우스트>를 읽은 다음부터 예술에 대해 눈을 뜨고 적나라한 애욕과 진리를 알게 되었지만, 어릴 때부터 뿌리 깊이 몸에 박혀 있는 어머니의 환영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결국 베라는 인생의 첫 시련과 함께 무참히 쓰러지고 만다.
이반 투르게네프
(Ivan Sergeevich Turgenev 1818~1883)
러시아 작가. 1818년 11월 9일, 러시아의 오룔르 현 부유한 귀족의 가문에서 3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여 어릴 적부터 외국인 교사들에게서 영어, 불어, 독어, 라틴어를 배웠다.
1833년에 모스크바 대학 문학부에 진학, 다음해에 페테르스부르크 대학 철학부 언어학과에 편입하여 그 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1838년 베를린 대학에 유학하여 41년에 귀국했다. 1842년에는 대학교수가 될 셈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그러나 그의 전공인 철학 강좌를 당국에서 위험 사상의 온상이라 하여 폐지했으므로 투르게네프는 전부터 좋아했던 문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농노해방 전야를 배경으로 혁명적인 청년들을 그린 <그 전날 밤>(1860), 부자(父子) 2대의 사상적 대립을 묘사한 <아버지와 아들>(1862), 망명 혁명가들의 퇴폐를 고발한 <연기>(1867), 조국 러시아와 러시아어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산문시(散文詩)>(1882) 등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