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등진 고독한 공상가와 불행한 소녀의 만남
이루어지지 못한 나흘 밤의 뜨거운 사랑
<백야>(1848)는 도스토옙스키가 27세 때 <조국> 잡지 12월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감상적 로망과 공상가의 추억에서’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이른바 ‘공상가’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부제의 ‘감상적 로망’은 작가의 청년 시대의 시정을 담았고, ‘공상가의 추억’은 공상가의 한 전형을 이룩해 놓았음을 의미한다.
이 작품의 배경은 신비스러운 뻬쩨르부르그의 백야로서, 그의 주인공은 뻬쩨르부르그의 가난한 인텔리 청년이며 신분이 낮은 관리의 한 사람이다. 그는 세상을 등지고 쓸쓸한 하숙방에서 고독한 공상만을 일삼으며 살고 있으나, 뭔가 사랑을 동경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 신비스러운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그 공상가인 청년이 우연한 기회에 불행한 소녀를 알게 되고 마침내 그 소녀를 사랑하게 되고 사랑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마침 실의에 차 있던 소녀도 이 순진한 청년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어 두 사람은 평생의 운명을 같이 할 결심을 하게 된다. 나흘 밤 동안 청년은 행복에 가득 차 있었고 두 사람은 결합될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뻬쩨르부르그의 백야에 돌연 소녀의 옛 연인이 나타나고, 나스쩬까는 그 연인한테로 가버린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가난한 사람들>(1845)에서와 같이 이루지 못할 사랑-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한한 축복을 보낸다.
‘당신 마음의 하늘이 언제까지나 맑아지기를, 당신의 아름다운 미소는 언제까지나 밝고 조용하고 평온하기를 바란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1821~1881)
모스크바 출생.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에 이어 <백야(白夜)>(1848)를 출간한 이후, 공상적 사회주의 혁명가들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1849년 봄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에 연좌되어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총살 직전 황제의 특사로 징역형으로 감형되어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난다. 그 후 사회적 환멸의 시대를 겪고, 아내와 형의 죽음, 발행한 잡지의 실패 등으로 수년간 피폐한 삶을 보내게 된다.
1867년 중편 <노름꾼>(1866)의 구술(口述)이 계기가 되어 사귀게 된 속기사 안나 스니트키나와 재혼, 빚쟁이의 추궁을 피해 4년간 해외 도피생활을 한다. 이 궁핍한 생활 속에서 <죄와 벌>(1866) <백치>(1868)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다. 고국으로 돌아온 도스토옙스키는 만년의 10년 동안 장편 <미성년>(1875)과 사색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1879∼1880)을 발표한다. 1981년 1월 28일 서거,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알렉산더 네프스키 대수도원의 묘지에 안치되었다.